커다란 접시가 모자랄 정도로 엄청난 어른 손바닥 두 배 크기의 왕돈가스를 만나면 먼저 눈이 포만감을 느낀다. 그리고 ‘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의 양이 엄청나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돈가스를 남기고 가는 법이 없다. 아무리 큰 돈가스라도 금방 뚝딱 해치우고 간다.
이곳 단골이라는 김석원(충북대 2)씨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이곳에서 주로 저녁을 많이 먹는다. 이만한 크기의 돈가스에 이정도의 맛을 자랑하는 곳은 드물다.”라며 “충북대 학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맛 집이다. 아무리 양이 많아도 맛있어서 남기는 법이 없다.”라고 말한다.
이곳 ‘왕돈가스’는 일반 돈가스보다 거의 2배는 족히 된다. 옛날식 돈가스를 표방한 탓인지 돈가스 특유의 식감은 물론이고 밝고 진한 데미글라스 소스가 일품이었다. 무엇보다 바삭하고 깔끔하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지 않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맛있으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런 면에서 충대 중문의 <흥부네 돈가스>는 이름처럼 착하고 고마운 맛 집인 셈이다.
흥부네 돈가스 사장은 “우리는 매일매일 고기를 재워 넣는다. 그날 못 판 재료는 절대 다음날 쓰지 않는다. 미리 준비해 놓으면 맛이 그만큼 떨어진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문하면 곧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신뢰가 간다.
애초 돈가스는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 온 케이스다. 애초에는 일본 사람들이 서양 음식 중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을 응용해 1925년 일본에서 개발된 돼지고기 튀김요리다. 돈가스는 일본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개발된 일본식 요리인 셈이다. 일본이 근대적인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과 체력증진의 목적이 있었고 그러한 요구에 맞게 개발된 음식이었다. 일본에서는 7세기 덴무천황이 불교의 율법에 따라 육식을 금지한 이래로 1200년 동안 육식이 금지되어 있었다. 서양의 문화가 일본으로 급속하게 유입되면서 육식을 더 이상 강제로 금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무렵, 일본의 메이지 천황이 직접 육식과 우유를 먹으며 국민들에게 권장하는 행사를 열면서 일본 국민들도 육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육식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국민들에게 쉽게 육식을 접할 수 있는 요리법을 개발하고 이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음식이 바로 돈가스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돈가스>라는 명칭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약 1895년 '시마다 신지로'라는 요리사가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간을 한 다음 밀가루와 빵가루를 씌워 소량의 기름으로 튀겨내는 음식을 만들었고 돼지를 뜻하는 '포크'는 돼지 돈(豚)자로 변하였다. 서양요리 ‘커틀릿’은 일본식 발음으로 ‘가쓰레쓰’가 되어 ‘돈가쓰레쓰’가 되었고, 이것을 부르기 쉽도록 돈가스로 줄여 부르게 되었다.
이것이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식 돈가스로 진화된 것이다. 원래 일본식 돈가스는 보통 커팅을 해서 미소장국과 함께 내온다. 이것이 한국에서는 양식에 맞게 변형되었다. 일본식 돈가스가 젓가락으로 하나씩 먹을 수 있지만, 한국식 돈가스는 일반 서양의 비프스테이크처럼 통으로 나와 칼로 썰어 먹게 되어 있다.
<흥부네 돈가스>의 메뉴는 단출하다. 하지만 보기보다 전문적이다. 왕돈가스 7천원, 돈가스 6천원, 치즈돈가스 8천원, 돈가스 덮밥 7천원, 공기밥 1천원이다.
-충대중문 <흥부네 왕돈가스> / 043)265-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