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국밥이 한 그릇인데/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함민복 시 ‘긍정적인 밥’ 중에서

요즘처럼 찬바람 불기시작하면, 옛날 시골의 5일 장터나 쇠전 한 귀퉁이에서 뿌연 김을 무럭무럭 토해내던 국밥 가마솥이 떠오른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은 빈부귀천을 떠나 모든 이들의 허기를 달래고 스산한 마음을 채워주던 마음의 끼니였다.

보통 국밥집이라고 하면 중장년층이 자주 찾지만 송림순대를 찾는 사람들은 의외로 20~30대 젊은 층도 즐겨 찾는다. 입맛의 세대평정이다.

이집의 특징은 수육 특유의 잡내를 거의 나지 않는다. 육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황금비율의 양념장이 함께 제공되는데, 그 맛이 아주 깔끔하다. 전날 과음한 술꾼들이 숙취 해소를 위해 주로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순대국밥은 식사와 술을 곁들이기에 적당한 공간이다.
식사 메뉴로는 순대국밥(6천원), 막창국밥(7천원), 대창국밥(7천원), 암뽑, 오소리국밥(7천원), 모듬국밥(8천원), 얼큰이국밥(8천원)이다. 술안주로는 야채 찰순대(6천원), 눌름머리(7천원), 메밀전병(7천원), 술국(1만2천원), 막창/암뽕/오소리 1인분에 1만2천원한다. 모듬순대는 1만3천원, 머리고기(수육)은 1만5천원이다.

송림순대는 전통 기법대로 순대를 빚는다. 익힌 돼지고기 음식은 본래 냉동이나 냉장하지 않아야 제 맛이 난다.
그래서 이 집은 매일 필요한 양만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하루 두 차례 손수 빚은 순대를 상온에서 보관하거나 보온밥통에 담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썰어 낸다.
국밥은 ‘끓인 국에 밥을 만 음식’, 또는 ‘국에 미리 밥을 말아 끓인 음식’이다. 사전엔 그렇게 나와 있지만, 뚝배기에 밥과 국을 말아 넣은 뒤 센 불에 한소끔 더 포르르 끓여내는 콩나물국밥 말고는 대개 뚝배기에 흰 쌀밥 담아 설설 끓는 고깃국물 붓고 살코기에 계란지단, 실고추 고명 얹어 내는 게 보통이다.
송림순대의 국밥은 뽀얀 국물에 들깨를 듬뿍 넣어 풍미를 더했다.
꾸미지 않은 원초의 국밥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다.
그래서 오래된 단골들이 많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