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동서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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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는 어떻게 끓여야 한다는 정석이 없다. 기호에 따른 식재료를 사용하여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칼국수다. 그러나 쉬운 음식일수록 솜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 한끝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대개는 칼국수가 나오기 전, 먼저 한입 베어 물어 보는 깍두기 맛이 그 집의 음식 솜씨를 판가름해보는 중요한 기준이다.
깍두기나 겉절이가 맛이 있으면 십중팔구 그 집 메인 요리는 먹어볼 것도 없이 맛있다. 아삭한 깍두기의 상큼한 맛이 창의 햇살을 더 환하게 만들어 준다.



주문을 하자, 부추와 버섯, 그리고 두 가지 색깔의 국수 가락이 이색적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푸짐하다. 말간 국물 아래 숨죽인 칼국수가 뽀얀 김을 화관처럼 만들어 낸다. 구수한 냄새가 칼국수의 풍미를 더해 준다. 여러 가닥의 칼국수가 '후루룩' 소리를 내며 목안으로 빨려들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뜨거워서 호호 불어가며 먹으니 오히려 시원해지는 묘한 대비다. 이집 칼국수의 매력은 얼큰함이다.
특별할 것이 없는 재료를 통해 밋밋해질 수 있는 평범한 맛을 단번에 특별한 맛으로 바뀐 비결은 바로 국물이다. 옆 좌석의 중년 한명이 국물을 훌훌 마시고 난 뒤, 동료에게 말한다.

"시원해. 먹고 나면.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이 살아있어."

'살아있다'는 말 이상의 극찬이 있을까.

면발이 매끄럽고 윤기가 졸졸 흐르는 칼국수의 몸을 보면, 사물이지만 생명이 있는 양 기운차다. 입술로 빨아들이면 매끄럽게 제 몸피를 재빨리 감추고 몸 안으로 들어와 후끈한 열기를 전해준다.
살아있다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순간이다.
손으로 민 덕분에 어떤 곳은 얇아서 하들하들하고, 어떤 부분은 두툼해 수제비처럼 씹는 맛이 근사하다. 먹고 나면 입안에 구수한 맛이 감돈다. 맛난 음식을 먹고 나면 어쩐지 향이 몸에 배어드는 느낌이다. 아삭한 깍두기나 마늘향이 알싸한 겉절이로 입가심하고 나면, 점심으로 이만큼 개운하기도 드물다.


분분 흩날리는 밀가루에 물을 한두 모금 부어가며 칼국수 반죽을 치대면서 담겨진 생각들은 무엇이었을까.

윤기 나는 면발을 입안에 넣으면 짧은 순간 만든 이의 체온이 내 마음을 따스히 위무해주는 느낌이다.

뽀얗고 걸쭉한 국물 속에 여기저기 숨어 있는 황태와 감자로써 그 맛의 비의를 짐작할 뿐이다. 2천원을 추가하면 먹음직스럽게 비벼준다.
아무리 배불러도 이 비빔밥은 들어갈 공간이 있다. 그게 비빔밥의 매력이다.
얼큰한 전골칼국수, 바지락 칼국수, 수제비, 왕만두 모두 5천원이다. 밥을 비벼 먹으면 2천원 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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