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 쓰러진 소에게 낙지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
낙지는 그만큼 소에게조차 보양식으로 최고라는 의미. 특히 낙지는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몸에 영양분을 비축한다. 그래서 지금 12월이 딱 제철이다. 각 계절에 맞는 제철 음식을 먹어줘야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낙지는 기본적으로 회로도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볶음이나 연포탕, 갈낙탕 등 다양한 요리가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요리는 역시 낙지볶음이다. 달콤하면서 쌉쌀한 맛과 함께 탱탱한 식감, 고추장 소스의 중독적인 매콤함과 조화를 이룬 낙지볶음을 떠올리면 저절로 군침이 돈다. 서원구 죽림동 하나노인병원 정문 앞에 위치한 강쇠낙지마을은 낙지볶음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강쇠낙지마을 황재원 대표는“낙지는 병이 없다. 그래서 건강식으로 그만이다.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며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좋고 조혈강장, 원기회복의 효과가 있다”며“12월의 낙지는 산삼 부럽지 않은 최고의 보양식이다. 낙지는 지방이 거의 없고 타우린과 무기질과 아미노산이 듬뿍 들어 있다. 힘이 없을 때 원기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한다.
싸움소에게 먹이는 최고의 음식, 낙지
낙지는 <자산어보>나 <동의보감>에 등장할 정도로 영양가 높은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산어보>에서는 낙지가‘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및 포를 만들기에 좋다. 이것을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라고 했으며‘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그대로 벌떡 일어난다.’고도 한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성이 평하고 맛이 달여 독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조상들은 소싸움에 나가기 전이나 밭갈이를 하다가 지친 소에게 산 낙지를 먹였다고 한다.
“이 집 낙지 맛의 핵심은 바로 ‘불맛’이다.”
오래된 단골들은 다 이유가 있다. 2년 단골이라는 서동현(42?용암동)씨는 강쇠낙지마을의 낙지볶음 매력을 단연 불맛을 꼽았다. 낙지의‘불맛’을 제대로 맛보려면, 불향낙지더덕세트가 제격.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등장하는 기본반찬에도 소홀함이 없다. 접시에 담긴 야채사라다, 낙지전, 계란찜과 콩나물 모두 맛깔스럽다. 묵을 넣은 동치미국은 강쇠낙지마을의 또 다른 진미다. 오랜 숙성의 과정을 거쳐 나온, 주인이 직접 담근 동치미국은 고향의 깊은 맛을 자랑한다. 겨울밤 쨍하니 익은 동치미국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칼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그대로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다. 묵과 조화를 이룬 동치미국물 맛은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하다.
둥근 접시에 담겨 온 불향낙지더덕세트는 푸짐하면서도 불향이 코끝에 살짝 느껴진다. 그 순간, 얼핏 주방 쪽에서 번져 나온 불기운이 느껴졌다. 낙지를 볶는 광경이었다. 커다란 주물 팬(웍)에 넣고 볶는 모습은 한 폭의 강렬한 작품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높은 화력으로 팬의 위쪽까지 불길이 치솟고 불길에 기름이 튀면 새로운 불꽃이 생겨난다. 낙지가 이 불에 직접 닿으면 강력한 마이야르의 반응을 통해 스모키향이 나는 것. 낙지 한 점을 입에 넣으니 다양하고 복잡한 불향이 강하게 입맛을 자극한다. 거기에 삼겹살에 낙지와 더덕을 곁들여 파절이를 곁들이니 절묘한 삼합이 탄생한다.
갈수록 맛있는 집
“맛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때로 외부 컨설팅회사에 의뢰, 강쇠낙지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모르고 했을 때의 맛은 가볍다. 이제는 낙지 맛을 내는 소스 하나를 만들 때도 최고의 재료를 통해 최상의 궁합을 찾아내려고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맛있는 집은 기본이고 ‘갈수록 맛있는 집’을 목표로 한다.”
강쇠낙지마을 황 대표의 위 말에는 그만의 철학이 보인다. 매장 한쪽 벽면에 붙여진 강쇠이야기가 의미심장하다. <요섹남 강쇠이야기>는 바로 그의 삶이 묻어있었다. 가만히 읽다보면‘인생사 살다보면 여기저기 상처도 많습니다. 속세를 떠날 뻔도 했습니다.’라는 글귀를 통해 아픔이 드러나기도 하고, 다시‘돈도 사람도 쫓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천명을 넘고서야 깨달은 이치입니다. 강쇠의 요리는 영혼을 달래는 요리’라고 결론지을 때면 요리에 담긴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소면을 동치미묵사발에 말아서 동치미 국수로 김치와 더불어 낙지볶음소스에 비비 먹으니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다. 매운 기운과 낙지의 조화는 때론 불같은 마음을 식혀주기도 한다. 뜨거운 음식도 아닌데, 몸이 개운해지면서 시원한 느낌을 절로 받는다. 식사 때마다 들려오는 라이브 가수의 노래도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든다. 한 끼의 식사지만, 한 때의 삶이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곳이기도 하다.
강쇠낙지마을의 대표메뉴는 단연‘불향낙지+보쌈+더덕세트’다. (소)2만9천원, (중)3만9천원, (대)4만9천원이다. 기본반찬으로 샐러드, 도토리전, 동치미묵, 계란찜이 나온다. 다 먹고 난 뒤, 볶음밥도 괜찮다. 낙지볶음세트(1인분) 1만1천원도 인기메뉴. 불향낙지 세트와 기본반찬은 엇비슷하다. 풍미가 느껴지는 흑마늘밥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