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닭갈비가 막국수를 만났을 때-춘천막국수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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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면서도 편안한 맛이 생동했다. 그러면서 질리지 않는 매콤한 닭갈비 본연의 맛이 그대로 남아 여운을 남긴다. 푸짐한 닭갈비와 양배추, 깻잎, 당근 등과 섞여 두꺼운 철판에서 익어가는 닭갈비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술 한 잔 생각이 난다. 무엇보다 기존의 닭갈비집에서는 닭갈비보다 야채가 주를 이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지만, 이곳‘춘천막국수닭갈비’는 품질 좋은 하림 닭에 양(量)도 풍성해 만족도가 그만큼 좋았다.
증평군 증평읍 초중 2길, 초중성당 앞에 자리 잡은‘춘천막국수닭갈비’는 정통 춘천닭갈비의 맛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춘천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단연 닭갈비와 막국수. 이곳‘춘천막국수닭갈비’에서는 춘천의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 맛을 그대로 옮겨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메밀막국수에 대한 나영범(53)대표의 열정은 이 시대의 장인정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100% 메밀막국수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우리 집에서 제공하는 춘천막국수는 메밀 함유량이 70%다. 지금의 막국수가 최고의 맛을 낸다고 알려있지만, 100% 순수한 메밀로 만든 막국수를 만들어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나의 꿈이다.”
사실 메밀 100%는 점성이 떨어져 불가능하다고 여긴 막국수의 최고 경지라고 알려져 있다. 나 대표는 3년 전, 춘천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춘천닭갈비를 그대로 전수받았다. 그 이후, 메밀막국수를 스스로 개발하면서 맛의 양대 산맥을 너끈히 거느리고 있다.



겨울, 뭉근히 익어가는 춘천닭갈비
고추장 양념에 재워둔 닭고기와 갖은 채소를 둥그렇고 커다란 무쇠 프라이팬에 넣고 매콤하게 구워 먹는 춘천닭갈비. 막국수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전국구의 대중적 외식메뉴로 우뚝 섰다.
맛 칼럼리스트 김평일(42)씨는“닭갈비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60년대 초반 춘천 중앙로에서 돼지갈비를 팔던 K씨가 처음 만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들 부부는 어느 날 돼지고기가 다 떨어지자 근처에서 급히 사온 닭 두 마리를 넓게 펴 덩어리째 불에 구워 팔았더니 술안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주변 상인들이 하나 둘 닭갈비집을 열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었다.”라고 말한다.



닭고기는 피부미용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높다. 단백질의 주요 성분인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뇌신경 전달물질의 활동을 촉진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춘천닭갈비는 적당한 크기로 토막 낸 닭고기를 양념장에 잘 버무려 일정시간 이상 재워둔 뒤,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도톰하게 썬 양배추, 고구마, 당근, 깻잎 등과 함께 볶아 먹는다. 지글지글 팬에 익어가는 닭갈비는 주변의 야채와 어울려 원색에서 파스텔 톤으로 바뀌면서 맛이 뭉근히 익어갔다. 술안주로도 적당하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일반 대중도 상추에 싸 먹으면서 한 끼의 맛있는 식사로 기꺼이 즐긴다. 쫄깃쫄깃한 가래떡만 골라 먹는 사람, 달콤한 고구마만 좋아하는 사람 등 입맛도 서로 달라서 아예 추가 메뉴로 정해둔 식당이 대부분이다. 닭갈비를 먹고 나면 남은 양념과 밥을 함께 볶아 먹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다. 특히‘춘천막국수닭갈비’의 비빔밥은 감칠맛나기로 유명하다.
“증평‘춘천막국수닭갈비’는 닭갈비 맛도 좋지만, 먹고 난 뒤 비벼먹는 비빔밥은 일품이다. 특유의 양념의 배합이 좋아 꼭 시켜먹는다.”
이곳 단골이라는 성정모(63·증평읍)씨는 이곳‘춘천막국수닭갈비’의 메밀막국수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메밀 100%에 도전, 맛의 명인
“처음 증평에서 막국수로 시작했다. 춘천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춘천닭갈비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막국수는 내가 개발했다. 지금 제공되는 막국수는 메밀 함유량이 70%다. 메밀100%의 막국수는 쉽지 않지만, 도전하려고 한다.”
‘춘천막국수닭갈비’나 대표는 순후한 눈빛으로 말했다. 막국수를 막 주문을 하고 나니, 뜨거운 메밀육수를 주전자에 담아낸다. 눈발이 간간히 날리는 창밖을 보면서 뜨거운 육수를 후루룩 마시니, 구수한 메밀향이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뜨거운 국물이 몸의 한기를 깨끗이 몰아낸다. 메밀에 무엇을 넣었는지, 은근한 메밀 맛이 은근하다. 맛 끝에 매달려온,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산미(酸味)까지 육수에 우러나 있어 혀를 간질였다. 마침내 등장한 70% 메밀함량의 막국수가 눈앞에 등장했다. 사실 일반 메밀국수집이라 해도 50% 메밀함량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70% 메밀함량 막국수’라니. 살짝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초장을 잘 섞어 젓가락에 돌돌 말아 한입 넣어 보니, 메밀 특유의 풍미가 바람처럼 입안에 감돈다. 맛인지, 향인지 도통 구별이 안 간다. 분명한 것은 입안에 맛이 쩍쩍 붙었다. 친한 벗과 갑작스럽게 조우한 듯 오랜만에 만난 춘천막국수의 맛이었다. 행복했다. 흔히 막국수 마니아들도“100% 막국수라고 해서 반드시 맛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들은“막국수는 메밀함량 70% 정도가 가장 맛있다.”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 맛의 기준이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말 그대로, 이곳‘70% 메밀 막국수’는 입에 착 달라붙었다. 적당한 양념맛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혀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메밀 특유의 향미가 혀끝에서 몸으로 전류가 흐르듯 일제히 반응했다.
‘춘천막국수닭갈비’나 대표를 보면서, 문득 괴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마음은‘아름다운 괴짜’라고 불러주고 싶었다. 메밀가루 20~30%를 넣고는 버젓이‘메밀국수’라고 내놓는 세상에서‘메밀함량 100%’에 도전하는 진정한 장인이기도 하니까.

-춘천막국수닭갈비 /043)836-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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