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인생의 곤곤함도 녹여주는 감자탕- 사직골 뼈다귀감자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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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점을 발라낸 돼지등뼈를 뭉툭한 식칼로 내리칠 때, 허공에 떠 있던 어머니의 눈동자도 그때만은 제자리에 박혀 푸르스름한 빛을 냈다. 이른 아침 추풍령 산비탈에서 캔 투실투실한 감자의 껍질을 벗겨 넣고 핏물을 뺀 돼지뼈와 파랗게 데친 무시래기를 넣어 시남시남 한나절을 고았다. 이윽고 국물이 질박하게 졸면 새빨간 고추와 금방 간 들깨 같은 향이 짙은 양념을 넣어 당면과 함께 한소끔 끓인 것을 뚝배기에 담아 집집마다 돌렸다.”
집 나갔다 돌아온 과부촌 여인이 같은 처지의 동네 여자들에게 감자탕을 끓여 먹이는 내용의 <추풍령>은 소설가 이현수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문장들로 표현하는 요리서사이다. 작가는 “추풍령 너머 권씨 집안에 태어나면 죽고 결혼 하면 급사해버리는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만 복닥거리며 사는 권씨 집안의 여자들의 산산한 삶을, 추풍령을 넘나드는 바람에 녹여 서럽되 표 내지 않고, 그 설움을 감자탕처럼 휘휘 저어 끓여 내는 인생의 곤곤함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이렇듯 감자탕은 소설 <추풍령>에서는 설움을 휘휘 저어 끓여내는 여인네들의 음식이기도 하고, 소설 <어둠의 자식들>에서는 사창가에서 기생하는 인물들이 먹는 가난한 서울 변두리, 민중의 음식이었다.
고기를 변변히 먹을 수 없던 시절 민중이 그나마 배불리 뼈다귀나마 뜯으면서 고기 맛을 잊지 않도록 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싼 값에 고기맛과 감자의 포만감을 동시에 맛 볼 수 있는 감자탕은 오늘날에도 퇴근길 소주 한잔과 함께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음식이다.
사직동에 위치한 사직골 뼈다귀 감자탕은 청주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유명한 해장국집이다.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 사직골 뼈다귀 감자탕은 오랜 세월동안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밥상을 24시간 언제든지 굶주린 배를 채워 준 고마운 밥집인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감자탕은 돼지 뼈다귀 우린 빨간 국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은 특별한 맛이다.



사직골 뼈다귀 감자탕의 감자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우선 큼직한 뼈다귀에 붙어있는 두툼한 살코기들을 알뜰하게 발라 먹는다. 골수까지 쪽쪽 빨아 먹고 난 뼈다귀를 처리하고 나면 빨간 국물에 남아 있는 묵은지들과 함께 흑미밥을 말아먹는다. 국물 속에 묵은지를 다 먹고 나면 사직골 뼈다귀 감자탕의 잘 익은 맛좋은 깍두기를 흑미밥 위에 얹어 먹으면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한 뚝배기를 비울 수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사직골 뼈다귀 감자탕은 감자탕을 앞에 두고 술 마시며 이야기 하는 토론장이기도 하고 새벽시간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던 이야기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맛 집이기도 하다.

사직골 뼈다귀감자탕/262-7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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