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장어는 꽃이 핀다.’
갓 잡은 생선처럼 싱싱한 풍경이 있을까. 신선한 장어를 숯불에 구우면 속살이 튕기듯 벌어지고 덕분에 속살까지 잘 익는다. 그래서 그날그날 들어오는 장어의 상태에 따라 굽는 정도도 달리한다고 한다. 숯불에 나란히 방금 잡은 장어를 나란히 열에 맞춰 올려놓으면서 타닥타닥 가을이 익어간다. 고소한 향이 주변으로 펴지면서 김 대표의 말 그대로, 장어의 살이 툭툭 터지면서 하얀 목화송이처럼 꽃이 폈다. 싱싱한 맛이 그대로 튀어 나올 듯 입안에 침이 은근하게 고인다.
사천민물숯불장어구이 원선옥 대표는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국내산 장어를 쓴다. 장어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소금구이가 최고다.”라며 “인위적인 맛보다 장어 그대로의 천연의 맛을 만날 수 있다.”라며 “장어는 1kg에 3마리가 가장 좋고 맛있다. 정확한 양을 제공한다. 그래서 고객들이 양이 많다고 하신다.”라고 말한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장소가 ‘풍천(風川)’
더워도 너무 더웠던, 역대급 폭염이 한여름을 관통했다. 끈질긴 무더위로 온 몸의 진이 다 빠져나간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는 신기할 정도로 불과 며칠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며 가을을 열고 있다. 우리 몸의 부족한 기운을 보충하기에 장어만한 음식도 없다. 유독 기름진 살맛이 당기는 요리가 바로 장어다. 장어는 식도락가들이 찾는 최고의 음식. 예로부터 장어는 풍천장어를 최고로 친다. 다른 장어에 비해 유달리 육질이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풍천장어는 풍천에서 난 장어가 아니라, 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나 남해로 빠지는 강은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오면서 바람이 함께 부는데 이를 풍천(風川)이라고 한다. 풍천은 바닷물과 강물이 합쳐지는 지형을 일컫는 말로 약 4㎞에 달하는 선운사 어귀의 주진천은 예부터 큰 바람이 서해 바닷물을 몰고 들어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대표적인 풍천으로 꼽힌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에서 간만의 차를 넘나들며 살고 있는 풍천장어는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탄력이 생겨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뱀장어가 민물로 올라와 7~9년 이상 성장하다가 산란을 위해 태평양 깊은 곳으로 회유하기 전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이 지역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잡힌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이곳 사천민물장어는 수족관에서 금방 잡아 숯불에 구워먹기 때문에 맛이 다른 것 같다. 요즈음 장어 집에는 수입산 냉동장어가 많다. 그런 맛과 국내산 장어의 맛은 확실히 식감이 다르다. 그래서 이곳을 즐겨 찾는다.”
산남동에서 헤어피부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안효룡(37.남)씨는 사천민물장어 마니아를 자처한다. 함께 이곳을 찾은 J씨(32.여)는 “수입산 장어는 기름지기는 하지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떨어진다. 느끼한 맛 때문에 장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새롭게 장어의 매력을 발견했다.”라고 말한다.
힘센 장어, 활력을 줘
“장어를 삼겹살처럼 먹었다.”
손님 P(34.남)씨가 말했다. 그는 “장어를 먹고 나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며 환하게 웃는다. ‘장어를 삼겹살처럼 먹었다.’라는 느낌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할 즈음, 장어는 숯불에 잘 구워져 저녁하늘을 높게 나는 기러기의 군상을 닮아가고 있었다.
“장어가 숯불에 익으면 활처럼 휜다. 물이 나쁜 장어는 그대로 늘어진다. 냉동장어는 굽다보면 물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산 장어를 직접 수족관에서 잡아 올리면 물대신 기름이 나온다. 기름이 아래로 빠지면서 숯 향과 장어기름이 어울려 은근하게 장어 속살에 밴다.”
사천민물숯불장어구이 원선옥 대표의 손놀림은 가벼우면서도 빠르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굳건한 마에스트로처럼. 그녀의 손끝아래 장어들이 숯불과 춤을 춘다. 고소한 냄새와 함께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군침이 넘어간다.
“볼이 떨어질 것 같아.”
옆자리 좌석의 일행이 한 말이다. 일본에서는 굉장히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이와 같은 표현을 쓴다고 들었는데, 직접 들으니 좀 신기했다. 금방이라도 살아 꿈틀 거릴 것 같은 장어가 익어가면서 활처럼 휘어지면서 적당히 익기 시작했다. 사천민물숯불장어구이에서는 메뉴가 지극히 단순하다. 흔한 양념구이도 하지 않고, 늘 대하는 어죽도 뼈 튀김도 없다. 그저 우직하게 소금구이만을 고집한다.
“양념구이는 장어 본연의 맛을 인공의 솜씨로 가린 다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좋은 재료를 감출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살아있는 국내산 장어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고 싶었다.”
문을 연지 4년째다. 그 신념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원 대표의 고집이 마음에 와 닿았다. 사천민물숯불장어구이는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한다. 주방과 서빙까지 모두 가족이 매달려 장어를 판다. 그만큼 친절하고 정성껏 한다. 모든 재료는 100% 국산이다.
생강을 구워진 장어에 얹어 쌈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그만이다. 애초에 차려내는 밑반찬인 미역국도 특별하다. 장어 뼈를 뭉근히 우려내 만든 국물로 만든 것이다. 1kg을 시키니 양도 푸짐하다. “생각보다 양이 많은 것 같다.”라고 묻자, “원래 1kg이라면 이 정도는 된다.”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답한다.
사천민물숯불장어구이의 메뉴는 단출하다. 그만큼 전문적이라는 인상이 든다. 풍천민물장어 1kg 69000원, 1마리 23000원, 풍천민물장어(1kg)포장은 5만4천원이다. 소면과 비빔소면은 4천원, 얼큰라면은 3천원이다.
-사천민물숯불장어구이 / 043)218-8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