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나의 어린 시절에는 소풍가는 날에만 먹을 수 있던 특별 메뉴였다. 봄, 가을 소풍 도시락 단골 메뉴가 바로 김밥이었다.
마른 김은 무기질과 비타민 등의 영양이 풍부한 식품으로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불린다. 김에 밥을 올리고 시금치, 단무지, 당근, 달걀, 쇠고기 등을 얹어 돌돌 말아 한 입 크기로 썰어낸 김밥. 일본의 김초밥과 비슷한 음식이지만 밥에 식초와 설탕, 소금을 섞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김밥은 맨밥에 참기름과 소금만으로 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풍날 아침, 김밥을 싸고 있던 엄마 옆에서 먹는 김밥 꼬투리의 맛은 이제는 추억이 되어 최고의 김밥 맛으로 기억 속에 존재한다. 그 시절의 김밥 속 재료는 시금치, 단무지, 당근, 달걀이 들어가는 것으로 단출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김밥이 음식장사의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대형 프랜차이즈 김밥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속 재료도 다양해지면서 치즈김밥, 참치김밥, 돈까스김밥 등 수십 가지의 이름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모양에 따라서는 밥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김으로 싼 삼각김밥, 밥이 겉으로 나오게 만든 누드김밥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또 맨밥에 김을 싸고 반찬은 별도로 내는 충무김밥이 있는데 이 충무김밥에는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해방이후 충무항에서 고기잡이 나가는 남편이 바다에서 식사를 거르는 모습이 안쓰러워 아내가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햇살이 뜨거운 통영에서는 아내가 싸 준 김밥이 잘 쉬어 못 먹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밥과 속 재료였던 반쯤 삭힌 골뚜기 무침과 무김치를 따로 담아 주었는데 그것이 충무김밥의 탄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대형프랜차이즈 식당의 모습을 갖춘 김밥들은 김밥천국이라는 이름을 걸고 저렴한 가격의 김밥과 모든 메뉴들을 주문만 하면 가능하게 하던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 김밥천국의 전성시대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저렴하지만 속 재료는 부실하던 김밥보다는 가격은 비싸지만 고퀄러티의 재료들을 사용하여 그야말로 김밥 하나만으로 제대로 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김밥집이 대세이다.
지웰몰 옆에 위치한 ‘바르다 김선생’의 이름은 삐뚤어지거나 굽은 데가 없다는 뜻의 ‘바르다’는 음식에 대한 김선생의 방향성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김선생은 음식을 만듦에 있어서 ‘바른사람’의 자세로 만든다. 바르다 김선생은 길거리의 음식을 넘어 바른 마음을 담아 기본에 충실한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 바른 재료를 고집한다. 또한 최상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 모든 메뉴는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시작한다.
김밥의 모든 메뉴는 3천원~4천원대로 가격은 비싸다. 하지만 김, 달걀, 쌀, 참기름등 김밥의 모든 재료가 바른 재료이며 건강한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바르다 김선생의 김밥을 한번이라도 맛보고 나면 바른 재료와 건강한 먹거리의 맛이 김밥 한 줄에 4천원의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제는 소풍날 새벽부터 일어나서 김밥을 싸는 번거로움 없이 이렇게 손쉽게 맛있는 김밥을 사서 먹을 수 있으니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김밥의 꼬투리는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할 것 같다.
-바르다 김선생/235-3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