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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공주 말고, “숲속 해설가”가 들려주는 알콩달콩한 숲속 이야기

2021-04-06

라이프가이드 여행


채영희 숲해설가(미동산수목원 근무) 인터뷰
숲속의 공주 말고, “숲속 해설가”가 들려주는 알콩달콩한 숲속 이야기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좋아해…재미있는 입담에, 남다른 공감력이 매력 '


4월, 숲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그 여인, 채영희 숲해설가
    이제 막 움트기를 마친 새싹과 여린 잎들이 제일 고운 4월의 연둣빛 숲속은, 긴긴 겨울을 살아낸 생명들의 활기로 넘쳐난다. 눈송이보다 하얀 벚꽃이며, 고운 자태의 백목련, 샛노란 개나리, 분홍빛 진달래처럼 쉬이 이름을 알 수 있는 꽃부터 박태기나무, 산동백, 호랑버들, 앵초, 꽃댕강나무 등 누군가 이름을 알려 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꽃들까지 4월의 숲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봄 향기로 가득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미동산 수목원에 봄 숲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그런데 미동산 숲속 나들이를 한층 더 흥미롭게 하는 이가 있는데, 바로 채영희 숲해설가(62)이다. 
    2017년부터 미동산 수목원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채씨는 미동산 탐방객들에게 행복한 숲 체험이 뭔지 알게 해 주는 자연의 전령사라고나 할까.
그가 재미있게 들려주는 숲 이야기에 홀딱 반한 사람들은 숲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해 다음을 또 기약하곤 한다. 오늘 못다 본 숲, 오늘 못다 들은 숲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미선이 좀 보고 가요!” 사람을 부르는 그녀의 입담 
    “미선이 좀 보고 가세요!” “미선이요?”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도 그의 호객 소리에 귀가 솔깃해서 발걸음을 멈춘다. 숲 해설에 관심이 없던 탐방객도 그가 들려주는 숲 이야기는 귀에 쏙쏙 들어와 어느덧 그가 들려주는 숲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다. 
    쥐방울덩굴풀만 먹는 편식쟁이 꼬리명주나비, 겨울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복수초의 일급 비밀 등 무미건조한 설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만의 친화력에서 나오는, 맛깔나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숲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 속에 빠져들게 한다. 
    “사실 내가 더 신나요. 숲 해설하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그가 유아숲 해설을 맡았을 땐, 흥미진진한 숲 이야기에 흠뻑 젖어 든 아이들이 갈 시간이 됐는데도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매달리곤 했다. 
잊지 못할 앵초, 네가 나를 숲으로 불렀어 
    그가 이렇게 숲을 좋아하고, 급기야 숲 해설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은 어느 봄날 만난 앵초 덕분이다. 
    “고산지에 핀 앵초 군락지를 실제로 봤을 때 느꼈던 그 감동은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기가 막혔어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야생화 동아리를 따라갔다 만난 삼단앵초가 가슴팍에 새겨 준 감격은 자연에 대한 관심을 움트게 했고, 자연스럽게 숲해설가의 길로 이끌어줬다.
    “많은 사람에게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에 대해 알려 주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숲이 제 직장이라는 것에 감사하죠.” 


사실, 나도 곤충이야. 숲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 
    그의 숲 사랑은 더 좋은 숲해설가로 나아가기 위한 열정이 됐다. 
    “미동산에 어린이 탐방객들이 많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유아 숲해설을 공부하기로 했죠.”
    다양한 연령층들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숲해설을 위해 유아 숲지도사 자격증뿐만 아니라 숲 인성지도사, 목공지도사, 실내식물 전문가, 수목 치료 기술자 등 숲과 관련된 자격증 취득과 전문교육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산림청에서 인증해 주는 산림교육프로그램 “사실, 나도 곤충이야”는 그의 이런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충북숲해설가협회에서 받은 숲해설가 자원봉사 특별공로상, 충청북도지사 표창장, 그리고 제1회 전국 백두대간 숲해설 경연대회 유아 숲지도 시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품위가 느껴지는 미동산, 더할 나위 없는 청남대 
    그가 사랑하는 숲, 미동산 수목원은 그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직장이다. 
    “미동산은 수목원의 나이만큼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의 기품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정이품송 후계목 길부터, 메타세쿼이아 길, 맨발숲 길, 미로원 등 운치와 멋이 있는 탐방로와 임도, 그리고 다양한 수종과 자연 생태를 공부할 수 있는 박물관과 체험장은 가족 단위 탐방객에게는 최고라고. 이런 장점 때문에 숲해설가가 되기 이전에도 미동산에 자주 왔었다고 그는 말한다. 
    미동산 수목원 외에 추천할만한 또 다른 숲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청남대를 으뜸으로 꼽는다. 
    “대청호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고요, 조성된 산책로들이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대통령길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는 데다 번잡하지 않고, 호젓한 숲길을 즐길 수 있다고. 
숲속으로 출근하는 기쁨. 코로나 시대 안식처 ‘숲속’ 
    “아침마다 숲으로 향하는 출근길이 행복해요.”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 감사하다는 그. 과일나무가 많은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유독 가을 숲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오색찬란한 단풍빛이 봄과는 다른 색채로 감동을 주는 숲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가을살이가 너무도 기특하고, 고맙단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숲은 건강도 챙기고, 마음의 안정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힐링 공간입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걷다 보면 면역력도 좋아진다고, 실제로 산림치유를 통해 몸이 회복되는 사례들이 많다고 한껏 강조하는 그의 바람은 언제나 이 숲길에서 탐방객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숲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안식처에요,” 더 많은 사람이 숲을 찾고 자연 속에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