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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새벽 오솔길의 추억

2019-11-12

라이프가이드 여행


충북 어디까지 가봤니
충주호 새벽 오솔길의 추억
'충북 물·길을 찾아서?충주 종댕이길'

    계명산 자락이 잦아들면서 충주호를 만나는 곳에 밀어올린 봉우리가 심항산이다. 심항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숲길에서 충주호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종댕이길 7.5km를 걷는다. 정자와 조망대, 쉼터, 출렁다리 등이 있어 쉬며 놀며 걷기 좋은 길이다.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충주호와 주변 산천의 풍경을 감상한 뒤 출발!
새벽 오솔길의 추억, 그 길을 다시 걷다
    새벽이었다. 여명이 길을 밝힐 때 충주호 오솔길을 걸었다. 먼 풍경은 안개 속에 있었다. 눈에 드는 풍경은 물결의 나이테만 남은 호수 기슭,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나무 그림자뿐이었다. 
    길 옆 작은 풀에 맺힌 이슬에 눈길이 머무는 사이 안개 속 풍경에 대한 상상은 사라졌다. 새벽과 이슬, 안개는 더 깊은 곳으로 발길을 인도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호수 위 공중을 가로지른 붉은색 출렁다리였다. 다리 저편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빛도 어둠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순간 새 한 마리가 물 위로 낮게 난다. 파문도 없이 안개 속으로 날아간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날 새벽 그 풍경,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 길이 종댕이길이었다. 다시 한 번 그 길을 걸었던 건 순전히 그 새벽 풍경 때문이었다. 다시 그 길에 오른 때는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한낮이었다. 새벽의 그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출발지점인 마즈막재, 그 이름이 재미있다. 충주시청 자료에 따르면 ‘마즈막’은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그 유래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중 육로와 수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에 얽힌 이야기가 그럴 듯하다. 
    한양에서 청풍, 단양, 영월 등으로 가는 길에 육로를 통해 마즈막재에 도착한 뒤 마즈막재 아래 종민동 나루에서 배를 타고 남한강을 통해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또 청풍, 단양, 영월 등지의 죄수들이 형을 받기 위해 충주 포도청이나 사형장으로 이송될 때에도 배를 타고 남한강 물길로 이동한 뒤 종민동 나루에서 내려 마즈막재를 넘었다고 한다. 이 고개를 넘으면 다시는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서 마지막 고개라는 뜻의 마즈막재가 됐다고 한다. 

호수에 떠 있는 별 모양의 수초섬
    계명산 자락이 잦아들면서 충주호를 만나기 전에 밀어올린 봉우리를 심항산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에는 그 모든 산줄기를 아울러 심항산이라고 불렀다. 산의 형세가 닭의 발가락을 닮은 형국이라고 해서 계족산이 됐다가 지금은 계명산으로 부른다. 그리고 충주호와 닿아있는 봉우리에 심항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심항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종댕이길의 출발지점은 마즈막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충주호와 주변 산세가 한 눈에 보인다. 종댕이길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전망 중 이곳에서 보는 전망이 최고다.
    주차장에서 도로 옆 인도를 따라 1㎞ 정도 가다보면 ‘종댕이 오솔길’ 입구가 나온다. 그 오솔길로 가도 되지만 그곳을 그냥 지나쳐 차도 옆에 난 길을 계속 따라간다. 심항산 도시숲 입간판이 보이면 입간판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으로 우회전해서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간다. 
 
01.안개 낀 충주호 새벽 오솔길을 걷다 본 풍경
02.안개 낀 새벽 충주호 오솔길을 걸었다. 출렁다리 앞에서 머물 때 새 한 마리가 물 위를 낮게 날아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03.마즈막재 주차장에서 종댕이길이 시작된다.
    조금 가다보면 왼쪽에 숲 해설 안내소 건물이 있다. 건물 옆 시야가 터진 곳에서 충주호가 보인다. 그 풍경 안에 충주호 기슭에 놓인, 앞으로 만나게 될 출렁다리를 굽어본다. 다시 도로로 나온다. 도로 한쪽에 세워진 이정표에 생태연못이 0.6㎞ 남았고,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1.5㎞ 걸어왔다고 적혔다. 생태연못 방향으로 걷는다. 
    생태연못 바로 전에 정자가 하나 있다. 정자에 올라 풍경을 감상하고 생태연못 쪽으로 걷는다. 작은 연못을 지나 길을 따르다 보면 삼형제 나무가 나온다. 줄기가 세 개인 참나무다. 참나무는 보통 한줄기 또는 두 줄기로 자라는데 이 나무는 세 줄기란다. 그래서 삼형제 나무가 됐다. ‘삼형제’ 이름이 정겹다. 
    구불거리는 숲길을 편안하게 걷는다. 오솔길 보다 넓은 숲길을 걸으며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충주호를 바라본다. 그러다 만난 제1조망대(수초섬 전망대). 그곳에서 호수 가운데 떠있는 별모양의 수초섬을 바라본다. 인공 수초섬의 모양은 충주 출신 신경림 시인의 ‘별을 찾아서’라는 시를 모티브로 구상했다. 조선시대 세종 임금 때 제작된,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던 혼천의를 본떠 만든 시설물을 수초섬 가운데에 설치했다.  

쉬며 걷는 숲속 오솔길
    종댕이 고갯길로 오르는 계단 앞에 장승 두 개가 서서 오가는 이의 안녕을 빌어준다. 종댕이 고개를 넘으면 물가에 있는 정자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갈지(之)자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서서 정자로 향한다. 정자에 도착하기 전에 모자나무에 대한 안내판이 보인다. 한 뿌리에서 나온 줄기 두 개가 1m 높이에서 서로 맞닿아 가운데에 둥그런 공간이 생겼다. 그 나무에 모자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그 모양이 어머니의 뱃속 같이 느껴졌나 보다.  
    모자나무 옆 팔각정에 올라 충주호를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이 정자를 지난다. 호숫가 돌탑이 그 길을 걷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지네들의 돌집’을 알리는 안내판이 계명산 자락 중 종댕이길이 지나는 이 곳에 지네가 많다고 알려준다. 지금도 밤이 되면 지네들이 나온다고 해서 돌이 쌓인 이곳을 지네의 돌집이라고 했다. 
 지붕이 있는 원두막 같은 작은 쉼터를 지나면 심항산 전망대 1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른다. 제2조망대에서 충주호의 또 다른 풍경을 즐긴다. 멀리 충주댐의 일부가 작게 보인다. 
    길 옆에 거대한 바위가 드러났다. 소원바위다. 바위 위가 뾰족한 편이고, 아래는 넓게 펼쳐졌다. 그 바위 아래서 사람들이 돌을 쌓으며 소원을 빈다. 
    소원바위를 지나 이정표가 나오면 상종마을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간다. 출렁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걷는다. 물가에 세워진 정자가 보인다. 종댕이길에 있는 마지막 정자다. 정자에 올라 충주호 풍경을 바라본다. 호수 옆길이 낯설지 않다.  
    새벽 오솔길을 걷던 그날, 안개 속에 숨에 있던 풍경을 지금에서야 본다. 물가의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물속에 잠긴 뿌리가 움켜쥔 생명의 힘으로 이렇게 또 한 번의 가을을 맞아 그날 새벽 그 길을 걸었던 어떤 이를 맞이한다. 파문 없이 수면 위를 낮게 날며 안개 속으로 날아갔던 새 한 마리가 저 멀리에서 날아올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