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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

2022-06-24

문화 문화놀이터


자연의 흙이 탄생시킨 무궁무진한 이야기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
'동호회 문반사우 8인'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온라인에서 특별한 모임을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매월 1일 발행하는 월간 <문화재사랑> 속 콘텐츠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문화재 지식을 나누는 동호회, '문반사우'이다. 2020년 처음 만들어진 '문반사우'는 '문화재 덕후'라는 공통점을 통해 함께 문화유산 정보를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듣는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하게 됐다는 문반사우 회원들. 활영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문반사우의 문화재 사랑과 이들의 추천 문화재 국보 도기기마 인문형 뿔잔을 만나보자. 


 
문화재 덕후 8인의 특별한 모임
    따사로운 늦봄의 햇살이 가득한 5월의 어느 날, 문반사우 회원들이 서울 경복궁을 찾았다. 늘 온라인에서 모임을 하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처음 모니터 밖에서 만난 이들.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생각을 나누기 위해 모인 친구들’이란 뜻의 동호회 문반사우(文班思友)는 회원들 모두 ‘문화재덕후’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연화: 저는 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 학예인력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좁게는 박물관, 넓게는 유·무형유산을 통해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저도 문화유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창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과 SNS를 통해 문화재에 관심 있는 이들을 한 명씩 초대했다는 이연화 씨. 그녀처럼 학예연구 원으로 근무하는 이나현, 성주현, 김서희, 백성지 씨와 관련기관 연구원인 여송은 씨, 문화재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는 김민정 씨, 문화재를 소재로 소설을 쓰는 김혜린 씨까지 합류하게 되었다. 모임의 가장 큰 이벤트는 월간 〈문화 재사랑〉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귀엽고 특이한 외형이 눈길을 사로잡는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 

    여송은: 〈문화재사랑〉이 발행되면 모든 코너를 꼼꼼히 읽어보고, 각자 감상을 적어 교환하고 있어요. 제 생각을 적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깊이가 달라져요.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다양한 문화재 이야기도 나누고 있어요.
    이나현: 제게 이 모임은 ‘대나무숲’ 같아요. 문화재를 학문적으로 해석할 때에는 보통 학계에서 요구하는 정해진 답이 있어요. 하지만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어떤 감상도 틀린 것은 없으니 문반사우 안에서 솔직하게 내 생각과 느낌을 말할 수 있죠. 그에 대해 서로 평가하려 하지 않고 인정해 준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김민정: 저도 모임 초반에 폭포나 폭포를 담은 그림은 저처럼 누구나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견이 나뉘는 모습에 놀란 경험이 있어요. 또 나와 생각이 다르면 부정적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다들 무척 즐거워해 신기했죠. 문화유산에도 각자의 취향이 나뉜다는게 흥미로워요.
    모임을 할 때마다 문화재를 향한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는 문반사우 회원들. 월간 〈문화재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과 동시에 문화유산을 알리는 활동에도 앞장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화재 덕후가 모인 문반사우
 
가야문화의 역동성과 미적감각을 담다
    서로의 취향과 생각을 존중하는 문반사우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추천한 문화재는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이다. 그 이유를 묻자 ‘특이하고 귀여워서’라는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온다. 문화재를 일상 속 친근한 존재로 여기는 동호회의 성격처럼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유물로 고르고 싶었다고. 말을 탄 사람 모양 장식과 소의 뿔처럼 양쪽으로 달린 잔이 인상적인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은 5세기 가야문화의 역동성과 예술성, 뛰어난 미적 감각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다.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은 말과 뿔, 뿔잔은 말과 뿔, 사람을 정교하게 묘사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주현: 8명 모두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이 귀엽고 특이하다는데 동의했어요. 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빚는다’, ‘굽는다’, ‘지핀다’ 같은 동사는 정성스럽다의 동의어예요.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때가 많은 오늘날, 이 뿔잔을 구워 정성스럽게 부장했을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위로받을 때가 많죠.
    김서희: 문화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재밌는 요소가 가득해요. 높이 23.2cm, 폭 14.7cm로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말, 뿔, 사람을 정교하게 묘사했죠.
    김혜린: 굽이 있는 가야 특유의 토기가 매력적이면서도 잔은 딱히 실용적이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토기를 만드는 사람이 흙을 조물거리며 웃고 있는 모습, 구울 때 망가질까 초조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백성지: 우리 주변에 가득한 흙을 그 옛날 가야인의 정성으로 뿔잔으로 구현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에요. 흙 인형이 땅속 깊이 묻히고 긴 시간이 흘러 발견되는 과정은 한 편의 동화책을 보는 느낌도 듭니다. 
 
左) 이번 인터뷰로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하게 된 문반사우 회원들    右) 문반사우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 화상회의 줌을 통해 정기 모임을 하고 있다.

    모임을 할 때마다 문화재를 향한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는 문반사우 회원들. 앞으로 문화유산을 알리는 활동에도 앞장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연의 흙에서 시간과 정성으로 탄생한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처럼 문반사우 회원들의 활동도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기고 이어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