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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철통방역 최일선에 ‘그들이’ 있었다

2020-07-08

교육행정 체험현장

충북교육소식지

이달의 교육가족
학교 철통방역 최일선에 ‘그들이’ 있었다
'서현중학교 급식팀'


6~7개월째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종교시설, 기업, 공공시설, 유흥시설,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방역이 없겠지만 학교는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 ‘최후의 보루’다. 학교가 코로나19에 뚫릴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고 피해또한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충북도교육청은 불가피하지만 전체인원의 3분의 2수준을 넘지 않도록 등교개학을 결정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조치였고 전 교직원들은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위생과 소독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든 교직원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가는 곳,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바로 식생활관의 조리종사자들이다. 만일 학교 급식 후 한 명이라도 확진이 되면 해당 시간에 급식을 한 모든 사람은 접촉자로 분류되고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최악의 경우 학교폐쇄로도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식생활관 풍경과 조리종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불 앞에서도 마스크는 벗지 않는다”
    지난 6월 3일 청주시 흥덕구 서현중학교 식생활관. 8명의 조리종사자들은 출근과 동시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다. 소독을 마친 앞치마를 둘러매고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지만, 불앞에서도 마스크는 절대 벗을 수 없다.
    “날이 더워지니까 더 힘들기는 하죠. 그래도 할 수 있나요? 식생활관에 있을 땐 마스크는 절대 벗지 않아요.” 
    일단 오전 11시까지는 모든 음식조리를 완료하고 배식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조리종사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등교학생이 절반 또는 3분의 2로 줄어 음식양은 적어졌지만 조리부터 배식, 중간 중간 이어지는 식기류와 테이블 소독, 뒷정리까지 코로나19 전보다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테이블 닦는 것만 해도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죠. 일단 아이들 오기 전에 행주로 한번 닦고 소독액 뿌리고 또 닦고 환기하고, 아이들이 다녀가면 행주로 닦고 소독액 뿌리고 닦고 환기하고, 그런 식으로 하루에 5~6번을 합니다.”


 
쓸고, 닦고, 뿌리고, 환기하고, 하루에만 5~6번
    오전 11시 30분. 남학생들이 식생활관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평소 같았으면 재잘재잘, 왁자지껄 이야기 꽃이 한창 피어났겠지만 코로나19 이후 식생활관은 시험장마냥 조용하다.
    학생들은 우선 식생활관에 들어서기 전, 문 앞에서 소독액으로 손을 닦는다. 그리고 바닥에 그 려진 1미터 간격 선을 유지한 채 천천히 배식을 받는다. 수저와 숟가락 모두 학생이 직접 잡을 수는 없다. 위생장갑을 낀 조리종사자가 직접 전해주기 때문에 예전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더디지만 누구하나 불평하진 않는다. 답답해 할만도 한데 학생들은 고맙게도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며 살가운 인사를 건넨다. 뜨거운 불 앞에서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힘들다가도 아이들이 그런 인사를 해주면 힘든 마음이 스르르 사라져요. 아이들이 참 이쁘고, 맛있게 먹어주면 고맙고. 그런 것 때문에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음식을 받은 학생들은 각자 자리로 가서 가지고 온 가림막을 펼치고 식사를 한다. 친한 친구와 삼삼오오 마주보고 앉아, 웃고 떠들며 식사하던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독서실이 연상된다.
    남학생들이 다녀간 식생활관. 조리종사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한다. 다음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여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리종사자들은 또다시 소독액이 담긴 분부기를 테이블에 뿌리고 닦는다. 그렇게 남학생이 다녀간 식생활관은 다시 여학생들로 채워지고 학생들은 가림막을 친 후 점심식사를 한다.
    아이들은 식사를 마쳤지만 조리종사자들의 임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지는 설거지와 또 소독작업, 모든 것이 끝난 오후 4시 이후에야 의자에 앉을 수 있다.
    “아직은 괜찮지만 정말 혹시 모르니까요. 언제 어디서 감염이 될지 모르니까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임 다하는 조리종사자들 사실 학생 수가 줄어 음식 만드는 것이 수월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조리종사자들은 노동 강도가 그 전보다 더욱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전교생이 식사를 하게 된다면 인원 보충이 불가피하다고도 말한다.
    “아이들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시간적으로 보면 전과 비슷해요. 배식시간이 두 배 정도 늘어난 거죠. 전교생이 모두 등교를 하게 되면 인원보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육건강안전과 김정숙 장학사는 “모르는 사람들은 등교개학이 없던 지난 3개월 동안 영양교사와 영양사, 조리종사자들이 편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굉장히 힘들었어요”라며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대로, 영양사는 영양사대로, 또 조리종사자들은 조리종사자대로 등교개학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와중에 서현중 김선미 영양사는 재치있는 이벤트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에게 지급된 5만원 상당의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활용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활동인데 학생들은 각자 집에서 농산물 꾸러미(주로 야채)를 활용한 음식을 만든 후 다 먹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영양사에게 보냈다. 그러면 김 영양사는 참가한 모든 아이들에게 스트리밍 치즈를 나눠줬다.
    “아이들이 야채를 안 좋아해서 혹시라도 아까운 것이 버려질까봐 시작했어요.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고 그냥 마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교육도 하고 또 아이들과 소통도 하고요. 아이들 반응이 좋았어요.”
    언제라도 순간적인 집단 감염과 이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날 수 있는 학교 식생활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는 없지만 조리종사자들은 오늘도 힘을 내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