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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교육, 소중한 만남들

2020-04-29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충북교육소식지

행복교육이 활짝
행복교육, 소중한 만남들
'보은회인 해바라기작은도서관 홍근옥(보은행복교육지구 마을배움터 선생님)'

    한참 동안 빠져있던 어린이도서관을 홀연히 접고 회인으로 들어온 지 8년 만에, 해바라기도서관을 다시 열었다. 책도 오래되고 아이들도 낯설고 나도 나이 들고, 오랜만에 도서관을 다시 열고 보니 모든 것이 어색하고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 내가 불과 1년 만에 회인의 아이들과 학부모, 거기에 유명한 동화작가들까지 순식간에 가까워지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보은행복교육지구에서 실시한 인문학교실 수업 때문이었다.



    해바라기도서관에서는 작년에 보은행복교육지구 예산으로 24차례 인문학교실, 그 중 한 달에 한 번씩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허은미, 최향랑, 백창화, 조혜란, 김중석, 오치근 등 요즘 동화작가 중에서는 제법 잘나가는 분들이었다. 이런 분들을 서울이나 멀리는 전라도에서 모시려 면 보통 용기와 작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더구나 강사료는 적고 새로 시작한 시골마을 작은 도서관이고보니 더욱 그렇다. 이러니 이런저런 인맥을 동원해서 슬그머니 언질을 넣고 섭외전화를 하는데 그야말로 굽실굽실,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통화말미에는 적은 강사료에 보탤 작은 선물을 하나씩 제시하곤 했는데 그건 내가 직접 맛난 점심 지어드리겠다는 약속이었다.
    약속은 지켜졌고 작가들은 소박하고 맛난 밥상에 모두들 감동했다. 물론 나는 하루 전부터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드느라 허덕거렸고 남편과 아들은 집안청소에 아이들 차량운행에 간식거리인 김밥까지 사나르느라 분주했으니 그야말로 온 식구가 나선 셈이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들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기도 했는데 작가분들이 개인적인 사교모임을 보은에서 열기로 했고 몇몇 분들은 무료라도 강의를 해주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 중 한 분은 아예 회인과 도서관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써보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전해오기도 했다.
    동네 주민들의 협조도 놀라웠다. 도서관행사에 자발적으로 나와서 간식을 요리해주거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고, 그 중 몇 분은 아예 마을강사로 등록해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감동적인 것은 아이들과의 만남이었다. 처음에는 말 안 듣고, 산만하고, 어둡고…… 도시 주변에서 단정하게 엄마 손을 탄 아이들만 대하던 나에게 한참이나 버거운 아이들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보니 그렇게 정이 많고 진국이 아닐 수 없다. 동생 손잡고 멀리서 걸어오거나 산골마을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이들, 도서관에서는 내 말을 안 듣던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만나면 웃음을 가득 머금고 오후에 도서관에 가도 되느냐, 또 언제 프로그램을 하느냐고 묻는다. 내 친구를 데리고 가도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 은근슬쩍 몸을 비비대며 애정표현을 하는 녀석들도 있다. 마음을 열었다는 뜻이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올해도 보은 행복교육지구에서 몇 개 프로그램을 배정받았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작은 동네들을 답사하면서 숨은 이야기를 찾고 지도를 그려보는 ‘내맘대로 마을지도’라는 프로그램과, 스마트폰으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자서전 을 만드는 ‘내가 만드는 엄마아빠 영상자서전’이 준비되어 있다. 하나는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높이고 나와 이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머지 하나는 새로운 미디어로 급부상하고 있는 영상을 몸에 익혀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과 습관을 길러주고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자는 뜻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목표에 얽매일 생각은 없다. 그저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배우고 체험하면서 따뜻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만들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어쩜 이 온기가 이들이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힘을 낼 수 있는 작은 화롯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