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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른 나쁜 인간

2019-12-02

문화

Book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 있는가
예의 바른 나쁜 인간
'깊은 인간애와 약간의 유머 없이는 도덕성을 고찰할 수 없다'


‘도덕적 인간’이고 싶지만 매번 실패하는 인간들에 대해
    도덕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낯선 시대다. 부정부패와 스캔들이 넘쳐나고 서로 속고 속이는 게 익숙한 시대. 그럼에도 이 낡은 단어를 꾸역꾸역 꺼낸 건 누구나 아직도 매일 도덕적 판단의 기로에서 망설이고, 헤매고, 답을 구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은 특유의 인간애와 유머로 우리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도덕 지형도’를 그려냈다.
    미국 사업가인 저자 이든 콜린즈워스는 사업차 중국에 머무르게 되면서 서양과 중국(동양)의 도덕 기준이 다른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데, 왜 이토록 다른 관점을 갖게 된 걸까? 과연 지금의 도덕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도덕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들에 답을 얻기 위해 각계각층 독특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범, 기업 내부 비리를 고발해 내쫓긴 CEO, 불륜 사이트 운영자, 뇌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관점, 에피소드, 학문적 배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런 짓을 한 사람들이 도덕을 이야기한다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완전무결한 도덕의 범주에 들어가는 인간은 없다는 걸.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모습을 읽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살인범에게 도덕을 묻다, 학문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도덕
    1) 사람 두 명을 죽인 살인범  
    이 책의 도덕 탐구 여정에 도덕 연구가, 학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은 사람을 둘이나 죽인 살인범이다. 그에 따르면 ‘도덕은 학습되는 것’이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그는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몰랐다고 고백한다. 그의 범죄가 도덕적 삶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얼핏 자신의 죄를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들리지만 뒤늦게 배운 도덕성을 차분히 고백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도덕이란 절로 생성된다기보다 환경에 따라 형성되는 게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2) 나쁜 행동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한 신경과학자는 모든 인간은 스스로를 실제보다 더 도덕적이라 ‘착각’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인간이 호의를 베푼 만큼 돌려받으리라는 이기적인 기대 때문에 타인과 잘 지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3)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레오 솅커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누구보다 처절하게 목격한 사람이다.
    4) 불륜 사이트 운영자 
    불륜 사이트 〈애슐리매디슨〉 운영자는 ‘지구상에서 불륜이 일어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사람들의 욕망을 실현해줬을 뿐이라 주장한다.
    5) 도덕DNA 테스트를 개발한 교수 
    조직 윤리를 가르치는 교수 로저 스테어는 기업 중역들에게 억지로 도덕성을 주입하는 대신 사람마다 다른 ‘도덕DNA’를 분석해 의도나 의식을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깊은 인간애와 약간의 유머 없이는 도덕성을 고찰할 수 없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도덕까지 따져야 한다니 피곤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스스로 얼마나 예의 바르고, 괜찮고, 성실한 인간인지 증명해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도덕은 책 속에 갇힌 학문이 아니다. 우리는 도덕적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일상을 강요당한다. 도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인 건 저자의 적절한 인간애와 유머가 이 피곤함을 상당히 덜어준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SNS의 자연 재해 게시글에 ‘좋아요’를 클릭하면서 세상의 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돈과 권력 앞에서 도덕은 수단으로 바뀌기도 한다. 인간관계가 점점 파편화되면서 서로를 속이는 건 더 쉬워졌다. 유명인들은 인터넷 환경을 이용해 자신의 모든 모습을 편집하고 기획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자본주의가, 관계 방식의 변화가 우리의 양심과 도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스스로의 행동을, 타인의 마음을,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