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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은 역시 휴게소 우동의 맛

2017-10-11

맛집 서원구


우동은 역시 휴게소 우동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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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화동의 동네 골목에 위치한 청주우동은 소박하고 심플한 맛이 특징인 우동이다.  함께 동석한 친구는 이 우동의 맛은 일본 우동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동 맛이라고 했다. 그 친구는 일본의 우동 육수와 면발이 더 맛있다는 듯이 평가했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청주우동의 우동 맛은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휴게소에 잠시 들러 먹던 시원한 국물 맛과 오동통한 면발을 자랑하는 심플한 맛의 휴게소 우동 맛 이다. 다시마, 무, 가쓰오부시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살짝 데쳐낸 하얀 면발을 담아 한 그릇 뚝딱 내어주는 휴게소 우동이지만 그 맛은 휴게소 우동만이 낼 수 있는 맛이다. 그것은 아마도 여행길 설레임과 함께 먹는 우동의 맛이 그 풍미를 더해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일본어로는 우동, 우리말로 순화시키면 가락국수라고 한다. 한국의 우동은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리네 우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속도로 휴게소의 가락국수다. 차가 정차하는 15~30분의 시간동안 후루룩 먹는 휴게소 우동은 반죽부터 육수까지 오랜 시간 정성들여 만든 일본 우동과 달리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져 색다른 맛을 낸다. 다양한 형태의 우동이 있지만 어느 것이든 서민들의 허기진 배와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한 우동 국물의 정서는 똑같다. 이런 정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에서도 알 수 있다. ‘북해정’이라는 우동집에 허름한 차림의 부인이 두 아들과 같이 와서 우동 1인분을 시키자, 가게 주인이 이들 모자 몰래 2인분을 담아주는 배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른손이 행한 것을 왼손이 알지 못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우동집 주인의 감동적인 배려가 눈물 나는 이야기다. 이처럼 우동 이라는 음식은 일본이나 우리나라 할 것 없이 따뜻한 국물로 허기진 배와 함께 삶의 애환을 채워주는 음식의 정서가 숨어있다.
    <청주 우동>의 기본 우동 가격은 5,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서민의 애환과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에 충분한 가격이다. 이곳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돈까스 역시 5,000원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옛날 데미그라스 소스를 가미한 돈까스는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인 메뉴다. 이러한 서민적인 가격과 맛, 식당의 고전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중학생 정도의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님, 사제지간으로 보이는 여학생과 선생님의 모습도 보였다. 식당의 벽면에는 옛날 80년대 분식집처럼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이 음식의 맛을 느끼고 소감을 적어놓으며 낙서한 흔적들로 가득히 채워져 있어 더욱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 무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따뜻한 휴게소 우동이 생각 날 때, 굳이 휴게소를  찾지 않고도 <청주 우동>에서 우동을 주문한다면 휴게소 우동의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