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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간지러울때 초승달을 한잔 마셔보자

2017-08-25

맛집 서원구


마음이 간지러울때 초승달을 한잔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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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화동에 위치한 <비생전>은 비가 오든 말든 생각나는 전집이라는 재미있는 글귀가 적힌 풍류가 돋보이는 전집이다. 전집은 당연 막걸리와 함께 하는 것이 공식인데 거기에 더해 비가 오는 날 유독 ‘막걸리와 파전’이라는 공식이 우리네 정서이다. 요즘처럼 장맛비가 쏟아지는 날은 더더욱 막걸리와 파전이 생각나는 어느 저녁 평소 눈여겨보던 전집 <비생전>을 방문했다.비가 오는 날은 우리 일행뿐 아니라 누구든 막걸리와 파전이 떠오르는 탓인지 가게 안은 손님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겨우 남아있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막걸리 한 주전자와 파전을 주문하고 나서 가게 안을 둘러보니 벽에는 이것저것 풍류 가득한 글들이 적혀 있다.
 




   창밖의 거센 장마 빗소리는 이미 막걸리와 파전과 비의 정취에 취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욱 높아지게 한다. 풍류 가득한 글귀들에 마음이 먼저 취했을 즈음 막걸리와 기본 안주가 나온다. 마주앉은 친구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이곳의 술잔이 특이하게 생겼다는 것을 발견한다. 술잔의 바닥이 깊지도 않고 비스듬하게 경사져있다. 완벽하게 한 잔 따르면 보름달을 마시는 격이오, 마음이 간지러울 때는 초승달을 한 잔 마셔보는 바로 그러한 풍류를 위해 만들어진 ‘비생잔’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좀 더 막걸리의 풍류를 즐기기 위해 주전자에 막걸리를 주문하였다. 요즘은 페트병이나 유리병에도 막걸 리가 담겨 나오긴 하지만 역시 우리의 정서에 남아있는 막걸리의 정취는 노란 주전자 막걸 리가 제 맛이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종류는 요즘 신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진화하여 복분자, 바나나, 유자, 알밤 등의 각테일 된 막걸리들이 다양하다. 기름에 부쳐진 고소한 파전과 달콤 쌉쌀한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며 먹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한 주전자를 비우고 나서 또 다시 주문하고 있다. 그렇게 취하는 줄 모르고 먹게 되는 막걸리와 살찌는 줄 모르고 먹게 되는 고소한 파전은 밤새 안주와 막걸리를 추가 주문하며 빗소리와 함께 취해간다. 다음날 숙취는 책임질 수 없는 막걸리의 마력이다. 이곳의 안주로 모듬전과 동태찌개도 인기다. 비가 오든 말든 막걸리와 파전이 생각나는 날이면 <비생전>에서 완월장취(玩月長醉) 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