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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노포에서 피어나는 맛의 꽃

2017-08-01

맛집 서원구


오래된 노포에서 피어나는 맛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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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입소문이 난 괴산식당의 외관은 허름하다. 입구의 문과 글씨를 보아도 이 가게가 오래된 노포임을 짐작하게 한다. 12시가 되기도 전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리가 벌써 꽉 찼다.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다 겨우 10분 정도가 지난 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차지했다. 바깥 간판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이었다. 사람이 붐비는 식당답게 상위에는 이미 6가지의 반찬이 미리 세팅되어 있다. 땅콩, 콩나물, 생채나물, 도토리묵, 돈나물 그리고 열무김치다. 주문은 김치찌개 1인분, 청국장 1인분을 했다. 괴산식당의 가격구조가 좀 독특하다. 같은 메뉴를 묶어 2인분을 시키면 각각 5천원씩 하는 음식 값이 1천원씩 깎아줘 각각 4천원씩이 된다. 다시 계산할 때, 현금을 내면 또 1천원을 깎아준다. 그러다보니 2인 이상 청국장을 시키면 1인당 3천원 꼴이 되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과 집밥 같은 맛 때문인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오래된 단골들처럼 보였고, 익숙하게 주문하고 계산하는 모습들이었다. 맛있는 한 끼에 3천원이라니. 요즘과 같은 세상에 이런 가격은 드물다.  주문을 하고 나서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땅콩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어보니 군내가 전혀 없고 신선하다. 적당히 볶아져 아삭함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음식 회전이 잘 되다보니 신선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밑반찬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별도로 준비된 무한리필 반찬코너로 가면 된다. 미리 세팅해 놓은 기본 밑반찬과 겹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별도로 김과 호박, 멸치 등이 준비되어 생각보다 푸짐한 가짓수가 된다. 무엇보다 밑반찬은 지나치게 짜거나 달지 않아 좋았다. 밑반찬도 충분히 가져다 놓을 즈음, 구수한 냄새와 함께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 청국장이 등장한다. 노르스름한 청국장과 두부가 조화를 이뤄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콩나물과 무생채 그리고 싱싱해 보이는 돈나물을 넣고 청국장을 듬뿍 넣어 비볐다. 고추장과 참기름도 살짝 곁들이자, 향기가 고소하다. 새하얀 쌀밥에 온갖 형형색색 나물이 섞여드니 훌륭한 비빔밥이 금방 완성된다.



    한 입 넣어보니 고향의 맛이 몰려든다. 청국장을 밥에 그대로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청국장 특유의 맛과 나물들은 씹을수록 향이 입안과 코까지 은은하게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함께 온 친구는 갑자기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외국인들은 이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 호의적이지 않을 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여행을 가게 되면 가장 곤란을 겪는 것이 바로 음식에 든 향신료 때문이다. 향신료 중 특히 고수가 음식에 들어가면 특히 강한 자극과 향은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런 것처럼 서양인이 느끼는 청국장의 향과 맛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국장은 이름처럼 과거 17세기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의 식량으로 쓰이던 장이 유입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때부터 청국장(또는 전국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전쟁 중에 장이 익을 때가지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어 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속성장의 형태로 청국장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청국장은 영양분이 많고 소화가 잘 되는 식품이다. 배양균을 첨가하면 하루 만에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자연발효에 의한 청국장은 메주콩을 10∼20시간 더운 물에 불렸다가 물을 붓고 푹 끓여 말씬하게 익힌 다음 보온만으로 띄운 것이다. 청국장과 함께 주문한 김치찌개도 청국장과 마찬가지로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청국장의 은근한 맛과 칼칼한 김치찌개는 서로 배치되면서도 잘 어울리는 우리들의 음식이다. 괴산식당의 김치찌개는 청국장처럼 밥과 비벼먹어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숙성김치의 깊은 맛에 돼지고기 특유의 육즙이 배어있는 국물 맛은 진하면서 감칠맛이 좋았다. “괴신식당이 유명한 것은 가격이 끝내주잖아. 그러면서 모든 반찬이 깔끔하고 맛깔스러워. 거기다 밥과 반찬이 무한리필이 되니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지.” 연거푸 밥을 리필해 두 그릇을 뚝딱 비벼 해치운 옆 테이블 아저씨가 한 마디 하며 성큼 일어선다. 부른 배에 만족한 듯 미소가 충만하다. 무더운 여름철, 한 끼의 점심식사에 흐뭇한 느낌의 포만감은‘평화가 깃든 밥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하다. 괴산식당은 김치찌개와 청국장, 순두부가 유명하다. 그리고 돼지두루치기도 꽤 알려진 메뉴다. 김치찌개와 청국장 그리고 순두부는 1인 5천원이다. 같은 품목으로 2인 이상 주문을 하면 4천원을 받는다. 다시 현금으로 계산하면 1천원이 할인되어 3천원이 된다. 돼지두루치기는 (대)1만5천원, (중)1만2천원, (소)8천원이다.